지도는 재탕




지금부터는 저녁 때의 이야기.


저녁식사는? 그런 거 없다

그냥 짐 속에 굴러다니던 라면 하나 먹고 끝



홍콩에 대해 뭐 그렇게 아는 것도 별로 없었고, 가보고 싶은 곳도 마찬가지로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랬던 홍콩에서도 '가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단 한 곳...




(사진은 1989년)


홍콩 최대의 마굴

영국의 홍콩 할양 과정에서 꼬여버린 끝에 홍콩 정부가 건드리지 못했던 곳

대륙에서 들어온 난민들이 몰려들었고, 아무런 규제 없이 건물이 끝없이 들어서고

내부는 깜깜하고, 불법이 난무했던 무법지대



구룡성채

九龍城寨

Kowloon Walled City



무시무시한 설명과, 음침한 느낌의 사진들.

'홍콩' 을 떠올린다면 바로 이거다 싶은 풍경들.


물론 저 건물 자체는 이미 오래 전인 1993년 해체되었고 지금은 공원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공원에 가면 뭐 유물이라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그리고 (2012년 당시에만 하더라도) 인터넷에서도 별로 많은 이야기를 찾을 수 없었던 까닭에

"여기는 꼭 가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무작정 찾아가게 되었다.


근데 아직 저게 남아 있었으면 과연 들어갈 수 있었을까? 싶기도...



드디어(??) 지하철을 탄다.

교통카드인 '옥토퍼스 카드' 가 있지만 일정도 짧고 대중교통 이용할 일도 별로 없을 것 같아서 사지 않았다.

그냥 일회권으로 해겨랗기로...


서울에서처럼 얇은 교통카드 형태의 1일권이 나온다.



몽콕(旺角) 역에서 초록색 노선인 쿤통(觀塘) 선을 타고 움직인다.



바글바글한 지하철 안

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탔으니 당연한 것



여기는 록푸 (Lok Fu 樂富) 역

몽콕에서 4정거장 거리에 있는 가까운 곳



내려봅시다



역 지도

지도 방향이 반대로 (북쪽이 아래쪽) 되어 있어서 구글 지도에서 보던 것과는 좀 달라서 애를 먹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도에도 공원의 위치가 보이지 않았다.

단지 맨 위의 S 부분에 구룡채성공원(九龍寨城公園) 이라는 이름이 작게 표시되어 있는 정도.


뭐 일단 거기로 가면 되겠지.



주변은 흔한? 홍콩의 풍경

침사추이 몽콕 이런 도심지만 보다가 여기 오니 진짜 일반 사람 사는 동네 같다.

관광객도 안 보이고.



영국 통치 시대의 흔적인 차량 좌측통행 표시



이건 런던에 있던 같은 거


보니까 괜히 반가웠다.



근데 공원은 언제 나와?

가다 보면 뭐 공원 같은 게 있긴 한데 구룡채성이니 구룡성채니 써 있지가 않아서 여기가 아닌가부다... 하고 그냥 지나쳤다.


얼마나 걸어야 되는지 알 수 없으니... 일단은 무작정 걷기.



오른쪽에 있는 차는 홍콩의 미니버스. 한국의 작은 마을버스 급의 크기다.

이 동네에선 많이 돌아다니는 모양.



그렇게 계속 길을 가다 보니 고가도로가 튀어 나왔다.

이쯤 되면 뭔가 잘못 왔다... 싶은 상황

포켓 와이파이니 로밍이니 이런 건 없었으니 제대로 위치 파악도 안 됐다.



헤멘 끝에... 결국 온 이곳...

대단히 음침한 분위기...



결국 남쪽 끝까지 왔다.


저 철망 너머는 공터.

원래 이곳은...


공항이었다.


1998년 현재의 공항이 생기기 전, 시내에 있던 카이탁(啟德) 공항

바로 보이는 공터가 여객 터미널 자리였는데, 지금은 철거되고 싹 비워져 있는 상황.


뭔가 기념할 공간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여객 터미널 쪽엔 아무것도 없다.

3.5km 떨어진 활주로 끝에 활주로 공원과 크루즈 터미널이 위치해 있는데,

그나마도 2012년 8월 당시엔 없었다 (2013년에 문을 열었다)



공항이 시내와 딱 붙어 있으니 건물 바로 위로 지나가는 아찔한 풍경이 연출되었고,.

이 길목에 높이 솟은 구룡성채가 세워져 있고 (공항 근처라 고도제한이 있지만 애초에 법이 통하지 않았으니 그런 건 상관 없었다)


뭐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 결국 폐쇄되었다고 한다.


구룡성채도 그렇지만 카이탁 공항도 되게 신기한 곳이었던 것 같다.

뭐 이 공항 자체도 구룡성채를 알게 되면서 연관되어 알게 된 거지만...



그렇게 헤메는 사이 날은 깜깜해졌고...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자 싶을 때쯤...



구룡채성공원 이라는 글씨를 드디어 보게 되었다.

아까 다른 공원인줄 알고 지나쳤던 공원이 사실 구룡채성공원이 맞았다.

이름이 다르게 나와서 아닌가 보다 하고 지나쳤는데... 괜히 헛걸음한 셈이 되었다.



일단 여기는 뭐 지금은 평범한 공원이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옛 구룡성채의 흔적이 있는 공간이 있다.



옛 구룡성채 모형



건물은 모두 철거되었지만 하나 남아있는 것이 있다. 성채 중간에 쏙 들어가 있었던 유치원과 노인정 자리에 있는 이 건물이다.


내부에는 영상물을 틀어주는 것 같은데, 밤이 돼서 그런가 들어가지는 못했다.



당시 풍경을 담은 사진들. 밝을 때 왔으면 좀 더 많이 보고 갔을 텐데,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고...



구룡성채의 흔적은 이게 끝이다. 공원 내 지도에 보면 오른쪽 위에 있는 건물 하나가 그 전부다.

거기다가 해가 진 뒤라서 별로 돌아보지도 못했으니... 해 지기 전에 찾았으면 느낌은 좀 달랐겠지.



그렇게 성채를 뒤로 하고 다시 침사추이를 찾았다.

밤에도 바글바글한 도라에몽과 사람들



멀리 보이는 홍콩의 야경


홍콩 야경 하면 밤 8시에 하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 (Symphony of Lights)' 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밤 8시에는 한창 구룡성채에서 삽질하고 있었을 때였으니...


그건 다음 기회에



뭐 꼭 그게 아니어도 야경 그림은 괜찮다.


사람들도 많다.

한국말 진짜 많이 들렸다.

한국과 정말 가까워졌다는게 다시금 실감났던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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