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비행 끝에
홍콩에 도착했다.
한달 전에도 환승을 위해서 들렸던 곳.
하지만 이번에는 바로 환승하지 않고 밖으로 나간다.
큰 공항이면 다 있는 것 같은 반가운? 셔틀전철을 타고 간다.
입국심사 등등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공항 입국장에서 바로 공항철도 승강장이 연결되어 있다.
AEL이라고 부르는 공항철도는 홍콩섬 중심부의 홍콩 역까지 24분만에 연결해 주는데, 홍콩섬 쪽이 아닌 침사추이나 몽콕 쪽으로는 바로 연결되지 않아 가기 애매하다.
그래서 선택한 건 버스~~
가격도 싸고, 목적지까지 바로 데려다주고.
한자로는 巴士라고 쓴다.
밖으로 나가야 되는 버스정류장
버스표 사는곳
공항철도 티켓 파는 곳에서 교통카드인 옥토퍼스 카드를 파니 그걸 써도 된다.
몽콕 - 침사추이 를 거치는 A21 버스
으아아~~~
한달동안 유럽에 젖어 살다가
또 다른 분위기의.... 한국하고 좀 더 비슷한...
좀 묘했다.
홍콩은 그래도 영국 식민지였으니 영국 분위기가 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바깥을 둘러봤지만
홍콩은 그냥 홍콩이지 뭐.
버스정류장에 내렸다.
홍콩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홍콩의 아이덴티티.
높은 건물과 도로 위에 매달려있는 수많은 간판들.
어찌보면 '더럽다' 라고 느껴질 수 있는 풍경이지만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해야 될까.
애초에 이 동네 건물들은 다 높다.
뒤에 보이는 건물이 숙소로 잡은 곳.
골목 쪽으로 들어가면 더 분위기가 음침? 해지는 것 같지만... 별 문제는 없었다.
홍콩에서는 와이파이 카드를 사서 와이파이를 잡기로 했다. 가격은 24시간 짜리에 3천원 정도.
요즘이야 다들 포켓와이파이 갖고 다니고 구할 수 있는 곳도 많고 하지만
5년 전의 이곳은 아직... 그 정도까진 아니었으니.
그래도 뭔가 쉽게 쓸 수 없는? 불편한 데서 나오는 재미도 있었던 것 같다.
와이파이는 공중전화에 달려 있다. 품질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지만 뭐 터지는게 어디야.
홍콩이 어떻냐고 물어보면, 어떤 단어로 설명해야 할까.
지저분함? 오밀조밀함?
일단 길을 걸어본다.
여기는 지하철역. 빨간색 췬완 선의 조던(Jordan) 역이다.
역 이름은 홍콩 총독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췬완 선은 몽콕(Mong Kok 旺角) - 침사추이(Tsim Sha Tsui 尖沙咀) - 홍콩 섬을 잇는 홍콩의 핵심 노선.
서울의 1호선 같은 느낌이지만... 처음 개통한 노선은 아니라고 한다.
역 안에 들어가니 그래도 유럽보다는 우리한테 좀 더 친근한 모습이 들어온다.
지하철 요금표
홍콩 지하철의 기본요금은 한국보다는 싼 수준이지만, 싼가 하는 느낌도 잠시..
바다를 건너 섬으로 가는 순간 요금이 수직상승한다
물론 홍콩 섬으로 가는 데 지하철만큼 빠르고 편한 것도 없긴 하지만..
조던 역 근처에 있는 구룡공원 (Kowloon Park)
도심에 있는 공원으로 그래도 규모가 좀 된다. 홍콩의 센트럴파크라나 뭐라나..
원래는 영국군이 주둔하고 있던 군사지역이었다고 한다. 군부대가 이전하면서 그 자리에 공원을 만들게 된 것.
공원 입구에 있는 광장
그 뒤에는... 야외수영장이 위치해 있다. 안에는 서양인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 외는 평범한 도심 공원 모습
공원에 있는 조그마한 맥도날드. 근처에 제대로 된 맥도날드 매장도 있다고 하는데 가보지는 않았고...
디저트만 파는 작은 곳 같다.
공원 출구로 나오니 홍콩 느낌 나는 건물들이 보인다.
공원은 건물에서 나는 그런 느낌 없이 그냥 평범하고 깔끔한 그런 공원이었는데...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동네
이런 거 보면 확실히 근처에 공원 하나 있는 거라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새 지하철로 한 정거장을 지나 침사추이역
여기서 한 정거장만 가면 바다를 건너 홍콩 섬으로 건너가게 된다. 그럼 바로 앞에 바다가 있다는 말인데...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청킹맨션 (Chungking Mansions 重慶大廈)
홍콩영화 '중경삼림' 의 배경으로 음침함을 자랑하는 건물이다.
바깥은 화려하고 좋아 보이지만 안에만 들어가면...
1층에 있는 낡은 가게들, 이곳저곳에 보이는 동남아 사람들. 지나가기만 하면 한마디씩 하는 호객꾼들...
치안도 좋지 않다고 해서 어찌 보면 접근하기 힘든 곳 같지만
여기가 유명한 것 중 하나는 위층에 있는 수없이 많은 게스트하우스들. 홍콩에서 가장 싼 숙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이다.
홍콩에서 숙소 잡을 때 가격순으로 정렬하면 위에 뜨던 곳들은 다 여기 있었다.
물론 주소 보자마자 다 거르긴 했지만 ㅡㅡ;
좀만 더 가면 바다가 나온다.
홍콩 섬으로 가는 배인 스타페리 (Star Ferry) 쪽으로 가면 되겠지...
멀리 보이는 고층건물 숲이 바로 홍콩 섬 지역이다.
침사추이의 홍콩 느낌 물씬 나는 건물과는 완전히 다른 신도시처럼 보인다.
물론 직접 들어가보면 또 다르겠지만...
침사추이의 대규모 쇼핑몰인 하버 시티 (Harbour City 海港城)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 어?
수많은 도라에몽들
이게 다 뭐여...
알고 보니 도라에몽 탄생 100년 전 행사였다.
도라에몽의 설정상 생일은 2112년 9월 3일
100년 전이면 딱 2012년.
되게 뜻깊은 시기이긴 한 것 같은데... 왜 여기서 하고 있지? 인터넷 찾아보니 특별히 다른 데서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의문점이 많았으나... 그래도 이런 이벤트를 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 아닐까 싶다.
도라에몽 탄생 100년 전 이벤트는 홍콩 이후에도 아시아 곳곳에서 진행했고
2015년에 '도라에몽 100 비밀도구전' 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에서도 열렸다.
이곳저곳에서 하는 그런 행사인데... 단지 탄생 100년 전이 딱 되는 시기에 홍콩에 있어서 뭔가 특별해 보였다.
하버시티 입구도 도라에몽으로 꾸며놨다. 여기만 이런 건 아니고 안에도 꾸며 놓고 도라에몽 카페도 있다는 모양이다.
하버시티는 바다를 끼고 있어서 홍콩 섬이 바로 보인다.
고층 건물들이 바글대는 곳. 야경도 대단하다던데...
홍콩에 있는 날은 이틀. 3일째 되는 날 새벽 1시 비행기로 한국으로 간다.
그래서 결정한 간단한 일정.
1일차 - 구룡 반도 (침사추이 지역)
2일차 - 홍콩 섬
사실 한달 간의 유럽여행으로 피곤(+시차적응 안됨)에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 유럽이 그립다는 생각도 있고...
주변 환경이 여행을 즐기기에 그리 좋지는 않다. 스탑오버를 하려면 유럽 가기 전에 했어야 했는데...
그래도 주어진 이틀의 시간 헛되이 보낼 수는 없으니 발걸음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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