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쿨
이번에는 깊은 잠을 잔 것 같다.
일어나서 시간을 봤다. 그 전에 영국시간으로 맞추고...
오전 6시.
이제 도착까지 정말 얼마 안 남았다.
비행기는 벌써 런던 코앞까지 와 있다.
아직 바깥은 구름만 보이는 상태.
얼마 안 가 착륙 안내방송이 나왔다.
착륙하면서 창문을 보니 드디어 영국의 바깥 모습이 보인다.
바깥은 흐리고 비가 조금씩 오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던 풍경이다.
집 모양도 다르고 넓은 풀밭에 진짜 모든 게 다르다.
풍경은 조금씩 가까워지더니 어느 새 바로 앞까지 와 버렸고
그 순간 착륙했다.
비행기 밖을 빠져나오자 축축한 느낌이 들고
한국에서도, 홍콩에서도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백인, 흑인... 동양에서 온 비행기니 당연히 동양인도 많지만.
진짜 이국적인... 그동안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느껴본적도 없는
으으으 이제 시작인가
간판에 영어만 써져 있고..
중간중간 보이는 런던 올림픽 포스터들
내가 영국에 온 게 맞구나.
그리고, 입국심사.
까다롭기로 유명한 영국 입국 심사.
인터넷을 뒤져보면 입국 심사대에서 30분동안 고생했다느니... 뭐 이런 글들이 수도 없이 나온다.
찾아보면 '입국심사 팁' 이라고 올려놓은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자신있게 대답해라
영국에 친구 산다는 말 하지 마라
남자 심사관을 찾아가라
으
걱정을 가득 안고 심사대 앞에 섰다.
심사관은 백인 여자였다. 바로 옆에는 할아버지인데...
당연히 영어로 얘기한다.
신기하게도 하는 말이 다 들린다.
- 왜 왔어요?
- sightseeing
- 학생임?
- ㅇㅇ
- major는?
- computer science
- 영국 다음으로 또 가는 곳 있어요?
- France, Spain,
이쯤까지만 하니 도장 찍어주고 통과.
별거 아니네.
뭐 나중에 보니 올림픽 기간이라 입국심사가 좀 느슨했다나 뭐라나
그래도 자신있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면 별로 상관없는 것 같다.
이제 짐 찾아야지.
모든 것이 끝났으니 이제는 그냥 나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빨리 뛰어들고 싶다 진짜
짐을 찾아서
나왔다.
공항은 생각보다 크지 않은 듯?
크고 넓은 규모를 자랑하는 인천공항이나 홍콩 공항과는 달랐다.
공항에는 뭐 여행 센터도 있고, 올림픽 안네데스크에, 인터넷 카페도 있고
습하고 외국인이 많고 모든 게 영어로만 써져 있다는 것 정도 빼면 뭐 그렇게 생소한 분위기는 아니었는듯 싶다.
잠깐 의자에 앉아서 짐을 정리했다.
캐리어에서 먹을 거 꺼내고 돈도 꺼내고
이리저리 정리하며 들고 다닐 것과 두고 다닐 것을 구분하고
숙소 가는 길 정보도 챙겨야지.
그리고 꼭 필요한 자물쇠.
자전거 잠글 때 쓰는 길다란 자물쇠를 꺼냈다.
캐리어를 잃어버리면 손실이 장난 아니게 크기 때문에
무조건 캐리어와 크로스백을 묶어서 절대 떨어지지 않게 만들었다.
누가 훔쳐가지 못하게 하고, 깜빡하고 어디 두지도 않게.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유럽 하면 소매치기 아니던가. 어디서나 조심해야 한다.
물론 영국은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비해서는 많이 덜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항상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공항에는 뭐 당연히 와이파이가 되어 있을 거다.
와이파이를 켜 보니 바로 잡히는 공항 와이파이.
그런데 인증이 필요하단다. 읽어보니 무료로 쓸 수 있는 것 같은데 핸드폰으로 인증번호를 받아야 한다나
국가번호 쓸 수 있는거 보면 한국 핸드폰으로도 인증번호를 받을 수 있는 모양이다.
인증번호를 치고 기다리는데...
왜 안오지?
어?
어?
어?
통화권 이탈
당연히 외국 오면 자동으로 로밍이 되는 줄 알았다. 일본 갈 때도 그랬고
그런데 안 된다
문제는 LG의 3G 서비스.
LG에서는 SK와 KT에서 서비스하는 3G가 아닌
기존의 2G를 변형하여 3G처럼 흉내를 내서 쓰고 있다.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2G는 CDMA 방식. 이건 원래 미국에서 쓰던 방식이다.
유럽에서는 다른 방식인 GSM 방식을 쓰고 있더랬다.
이게 3G에 오면서 WCDMA라는 방식으로 한국에서도 유럽에서도 쓰게 되었는데
LG는 CDMA를 계속 쓰고 있으니...
당연히 신호가 안 잡히지.
이러한 문제는 LTE를 도입하면서 WCDMA와 규격을 맞추게 되어
LG의 LTE 폰은 유럽에서도 로밍이 된다.
하지만 3G랍시고 나온 폰들은 유럽과는 방식이 다르니
자동로밍이 되는 곳은 이게 다다.
유럽 곳곳에서는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심칩을 판다.
유심칩을 사서 쓰면 싼 가격에 전화랑 데이터를 쓸 수 있다고 많이 권장하는데
LG는.... 유심칩이 없다... 망
그래서 결론은,
문자를 못 받는다.
인터넷을 못 한다.
으악....
더 이상 여기서 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어서 움직여야지.
밖에 나가봤다.
비는 그친 것 같지만 땅은 축축하고 몸도 축축하고
지하철과 기차를 타는 곳은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
공항에서 런던 시내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Heathrow Express
빠르고 좋은 기차를 타고 간다. 런던 서부에 있는 패딩턴(Paddington) 역까지 15분이면 간다.
하지만 가격이 장난아니다. 20파운드. 35000원 정도.
영국이 물가가 비싼 나라라지만 이건 비싸도 진짜 비싸네
Heathrow Connect
Heathrow Express와 같은 선로를 지나지만 정차역이 좀 더 많다.
종착역인 패딩턴 역까지는 30분 정도. 대신 가격이 절반이다.
Underground
지하철 노선이 공항까지 들어와 있다.
시간은 가장 오래 걸리지만 가격은 현금으로 내더라도 5.5파운드.
거기에 런던 지하철 망을 이용해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위의 기차를 타고 패딩턴에서 내려도... 목적지가 멀다면
돈은 돈대로 들고 시간은 시간대로 들고
이게 가장 편한 것 같다.
길고 길고 긴 통로를 지나면
오오... 언더그라운드
런던 지하철답지 않은 큰 규모에 놀랐다
여기면 들어가면 지하철을 만나는구나
역 입구.
우선 여기서는 오이스터 카드(Oyster card)를 사야 한다.
이렇게 생겼다.
런던 시내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로 버스, 지하철, 내셔널 레일(광역철도) 까지 폭넓게 쓸 수 있다.
런던에서는 이 카드를 꼭 써야 하는데, 그 이유는
- 가격 할인. 현금의 반값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 하루에 3-4번 이상을 타게 되면, 그 이후에는 요금을 물지 않는다. 맘껏 타녀도 된가는 것
당연히 사야지.
이건 2012년 한정 카드. 올림픽 기간 중에 오이스터 카드 달라 그러면 이걸 줬다.
..... 는데 난 저게 아니더라
런던 지하철 지도. 공항은 왼쪽 아래 끝에 붙어 있다.
공항 지하철역
한국과 별 차이 없는 느낌
드디어 지하철 도착
내부는 한국에 비하면 많이 좁다.
양쪽으로 사람이 들어차면 중간에 한명 겨우 서 있을까 한 공간이 생긴다.
사람 많으면 완전 낑겨갈 텐데...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문 쪽에 자리를 잡았다.
열차는 곧 지상으로 올라온다. 우중충한 날씨. 밖에는 비가 온다.
사람들도 반팔을 입은 사람이 없다. 나만 반팔이다. 쌀쌀하다.
우중충한 날씨를 보고는 괜히 감성에 젖는다.
진짜 너무 멀리 왔다. 집까지 거리는 상상할 수도 없다.
말도 안 통하고 기후도 다른 이 곳에서 한 달을 보내야 한다.
과연 이런저런 난관을 해치고 한 달 뒤에 집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중간에 몇몇 역을 선다.
평범한 영국의 마을 느낌. 직접 본 건 처음이지만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든다.
중간중간 벽에 낙서도 되어 있고
이런 걸 보면 완전 다른 나라 같기는 한데
...
가끔 가다 들어오는 흑인들 보면 그냥 무섭다.
인종 차별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좀 느낌이 무섭다.
이 사람이 나한테 뭔 짓을 하려는 건 아닐까 덜덜 떨며
가방을 꽉 붙잡고 시선을 최대한 피하고 갔다.
지하철이 계속 달리고
진짜 심심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지하철 타면 그냥 지루함의 연속이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지하철을 타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뭔가를 하곤 했다.
근데, 인터넷이 끊겨 버리니 할 일이 많이 줄어들고
그래도 다운받은 게임이 있으니 하긴 하는데
게임에 정신 팔고 있으면 또 뭔가 문제가 생길거 같다는 느낌?
오래간만에 몇 년 전 지하철을 탈 때의 기분을 느껴본다.
한 시간이나 걸려 도착한 레스터 스퀘어(Leicester Square) 역
여기서 환승
한국의 그.. 통로를 상상하면 안 돈다.
그거의 반도 안 되게 좁다.
거기다가 계단밖에 없으니... 캐리어를 낑낑
그렇게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눈에 들어온 한글.
한국 관련해서 뭐 행사를 하는 것 같은데, 올림픽 때문인가?
밑에 보니 후원하는 곳 이름이 적혀 있는데
문화체육관광부... CJ... 아시아나...
아 여긴 왜 한국이 아닐까.
기왕 아무 생각 않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한국 관련된게 보이면 또 생각이 나잖아
으으..
좁은 길을 거쳐서 검은 색 노선으로 환승한다.
차는 어느 노선이나 똑같은 것 같다.
차 안은 왜 이리 좁은지
캐리어가 있는 상황에서 자리에 앉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그렇게 숙소가 있는 모닝턴 크레센트(Mornington Crescent) 역에 도착.
이 역에는 무려 엘리베이터가 있다
계단도 있긴 한데
캐리어 끌고 다니는 상황에서 당연히 이걸 타야지
좁은 땅굴 안의 엘리베이터는 넓어 보인다. 앞뒤로 문도 있고
한국에서 타는 엘리베이터와는 좀 다른 느낌
밖에 나왔다.
진짜 런던에 왔다.
바로 앞에 보이는 2층버스
진짜로 이런 광경이 내 눈앞에 있다니..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고
역에 도착하면 숙소에 가기 위해서 전화를 걸어야 한다.
위치는 안 알려주고 전화하면 픽업을 해준단다.
전화를 걸려고 공중전화를 쓰는데... 동전이 껴서 안 들어간다.
뭐야이거
뺏다 꼈다 아무리 해도 동전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고
결국 동전이 중간에 껴서 빼지도 못하는 상황
그 광경을 밖에서 담배를 물고 있던 젊은 여자가 지켜보고 있었다.
그 여자는 나를 보더니 쯔쯔.... 하는 표정으로 옆칸으로 가라고 손짓을 한다.
으.... 쪽팔리네
젠장
옆칸의 공중전화는 동전이 바로 들어갔고 전화를 걸었다.
hello?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오늘 들어오는 누군데요 어쩌구저쩌구
이러니까
알았다고 하고 곧 나간다고 하니 기다리란다.
5분 정도 흘렀을까
한국 사람 한 분이 역 쪽으로 걸어왔고
바로 내가 찾는 사람임을 직감했다.
도착했다.
4박 5일 동안 쉴 곳.
집 구조는 1층 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계단을 올라가
2층에 주방과 여자방, 3층에 남자방이 있다.
깨끗하고 잘 정돈된 곳.
생각보다 많이 좁긴 했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 뭐.
3층에 짐을 풀었다. 방에는 한 명이 이미 들어와 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거의 모르는 사람들이 같이 묵는 도미토리 룸에서 살게 될 테니 익숙해져야 할 풍경.
짧게 인사를 나누고... 다시 2층으로 내려왔다.
런던에서는
버스가 무조건 좋다고 한다.
가격이 싸고, 시내가 그렇게 넓지도 않고, 버스 노선이 많아서 편리하다고 한다.
역 앞에서 버스를 타면 시내 곳곳으로 갈 수 있다는 정보도 받고, 버스 번호도 알고
오늘은 버스 여행으로 결정이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뛰어들 시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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