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날 계획은 TGV 같은 걸 타고 멀리 떠나보는 것이 계획이었다.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트라스부르 등등의 후보지가 있었지만...
일어나서 준비하니 이미 9시가 넘었고,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멀리 나가는 건 포기했다. 게으름이 웬수지...
따라서 마지막 날 역시 파리 시내 관광을 하기로 일정을 잡았지만, 정작 '어디를 꼭 가고 싶다' 라는 곳이 없었다.
그냥 도시 구경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숙소를 나섰다.
가장 먼저 할 것은 기차표를 예약하는 것.
유레일 패스 개시하는 김에 예약도 같이 하기로 했다.
예약이 필요한 구간은 바르셀로나 - 몽펠리에, 몽펠리에 - 니스, 니스 - 제네바.
각각 시간표를 미리 적어와서 준비를 해 둔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파리 리옹 역 (Paris Gare de Lyon) 으로
파리에 도착한 첫날 북역을 서둘러 빠져나오는 바람에 기차역을 제대로 구경해 보지 못했다.
뭐 이런 모양이구나~ 정도? 런던과 별로 다를 건 없다.
어찌어찌 유레일 패스 사무소에 도착했는데 몇몇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레일 패스 개시하는 데도 조금 시간이 걸리고, 그뿐만이 아니라 열차 예약에 각종 상담까지 계속 이어지고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차례가 돌아오고
유레일 글로벌 패스를 다음날 (8/9) 부터 개시했다.
(오후 7시 이후에 출발하는 야간열차는 다음날로 적용이 된다는 규정을 이용한 것인데... 자세한 것은 후술)
그리고 이어지는 구간 예약.
그런데
표가 없다
미리 적어간 모든 가능한 시간표를 다 확인해봤는데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고 한다.
어?
어??
어???
바르셀로나 - 몽펠리에 - 니스 는 그 날짜에 가능한 경로가 전혀 없고, 니스 - 제네바는 있다고 해서 일단 그거라도 끊어 달라고 했다.
예약비만 34유로 나온다. 알고 갔던 것보다 많이 비싸서 놀랐는데 나온 표를 보니...
환승 2회
11시간 소요
하루종일 기차만 타야 하는 극악의 일정
프랑스 내륙 지방의 경치를 볼 수 있다고 좋게 포장해도
11시간은 너무... 좀...
근데 그러면 뭐해
니스를 갈 수가 없는데...
이러한 문제는 특히 프랑스에서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프랑스는 유레일 패스 소지자가 이용할 수 있는 좌석이 정해져 있다.
그런 좌석이 모두 나간 뒤에는... 다른 좌석이 남아 있어도 유레일 패스로는 못 타게 된다.
그래서 예약은 가능한 한 빨리 해야 되고, 여름 성수기에는 더더욱 그렇다.
때문에 비싸지만 한국에서 대행업체를 통해 예약하는 경우도 많다.
덧붙여, 2013년에 프랑스에서는 유레일 셀렉트 패스를 사용할 수 없었다. 1년만에 다시 가능하게 바꿨지만.
프랑스가 유레일 패스를 싫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정을 뒤엎어야 한다는 걱정을 안고 길을 나섰다.
일단 오늘 야간열차를 타야 하는 파리 오스테를리츠(Austerlitz) 역으로 향했다.
저녁 출발이지만 뭐 딱히 갈 곳도 없으니 방문하는걸로.
리옹 역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바로 있다지만, 그렇게 가깝지는 않다. 약 500m 정도
다리를 건너니 바로 역이 보인다.
역 입구를 찾는 데도 좀 고생했다. 역 바깥이 공사중이라 좀 어수선한 탓이다.
역 안은 리옹 역에 비해서 좋게 말하면 깔끔했고 나쁘게 말하면 초라했다.
승강장 입구인데 리옹 역과 딱 봐도 비교가 된다
돌아보면서 지리를 익히고...
근데
이렇게 여유롭게 있을 시간이 없었다. 일단은 급한 불부터 꺼야 했다.
야간열차를 타야 하기 때문에 빨라야 내일 오후에나 다시 일정을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
그냥 바로 숙소로 향했다.
돌아와서 인터넷을 켜고 이것저것 검색
저가항공이 눈에 들어왔다.
싸긴 하지만 공항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서비스도 안좋다고 하고 해서 별로 생각 안했고
유레일 패스가 있기 때문에 이용할 일 없겠지 생각했지만
이렇게 이용하게 될 줄은 몰랐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거점으로 두고 있는 저가항공사인 부엘링(Vueling) 항공을 이용한다.
유명한 저가항공사인 이지젯(EasyJet)도 운영하지만 부엘링이 시간이 좋아서 선택.
(2012년 기준. 2014년 말 현재 비행 스케줄은 아침 7시라 너무 이르다)
가격은 운임 109.99유로, 수화물 12유로, 카드 수수료 10유로 합해서 131.99유로
해변을 끼고 있는 휴양도시라는 특성과, 일요일 아침이라는 점 등등 해서 가격은 좀 센 편이다.
이로 인해 중간기착지 몽펠리에(Montpelier)에서 1박을 하려던 계획은 취소되었다.
대신 바르셀로나가 2박에서 3박으로~
다음날,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풀고 다시 인터넷을 켰다.
생각해보면 굳이 11시간동안 힘들게 기차 타고 갈 필요가 없다.
그냥 저가항공으로 니스 다음 목적지인 제네바를 가면 그만 아닐까?
니스 - 제네바 구간을 운행하는 항공사 중 저가항공은 이지젯 뿐
가격은 다 합쳐서 84.99유로
바르셀로나 - 니스 와 비교하면 가격이 확 낮아지는데
평일이고 인기 구간도 아니니 당연한 결과다.
이렇게 프랑스 - 스페인 - 프랑스 - 스위스를 유레일패스로 꽁으로 먹으려던 계획은 무너지고
비싼 침대열차와 유레일 필요 없는 저가항공만 남게 되었다.
니스에 도착한 후 고이 모셔놓고 있던 34유로까리 개고생 표를 환불했다.
출발이 이틀 남은 표였지만 다행히도 전액 환불 받을 수 있었다.
다시 8월 8일 파리로 돌아와서
급한 불을 끄고 나니 오후 2시가 넘었다. 기차 출발까지는 6시간 정도 남았다.
짧게나마 다시 나가보기로 했다.
무작정 내린 역은 바스티유 (Bastille) 역
바스티유 역이 위치한 곳은 바스티유 광장 (Place de la Bastille) 으로 불린다.
'바스티유' 라는 이름은 세계사를 공부했다면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프랑스 혁명의 시발점이 된 바스티유 감옥의 습격 사건
감옥이 있던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혁명 이후 감옥은 철거되었고, 정권을 잡은 나폴레옹은 감옥이 있던 자리에 혁명 기념물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래서 세워진 것이...
'레미제라블' 에도 나오는 바로 이 코끼리 동상이다.
지금까지 있었다면 파리의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될 뻔 했지만...
코끼리 동상은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하는 1815년 공사가 중단되었고, 방치되다가 1846년 철거되고 만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 세워진 것이 위위에 있는 직접 찍은 사진에 있는 7월 기둥 (Colonne de Juillet) 이다.
1830년 7월 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것인데, 기둥 맨 밑에 있는 원형의 받침대는 코끼리 상의 받침대를 재활용한 것이라고 한다.
사진에 있는 7월 기둥 뒤에 있는 현대식 건물은 오페라 바스티유 (Opéra Bastille)
1989년에 프랑스 혁명 200주년 기념으로 혁명의 발발지인 바스티유 감옥 근처에 세워진 대극장이다.
바스티유 광장을 기준으로 서쪽 지역은 마레 지구 (Le Marais)
마레(marais)는 '늪' 이라는 뜻으로, 원래 늪지대였던 곳을 개발하여 주택가로 만든 곳이다.
카페와 상점들이 몰려있는, 서울에서 '가로수길' 에 비유되는 지역이다.
유대인과 게이들이 많은 곳이라나
마레 지구의 메인은 바스티유 광장 북서쪽에 위치한 보주 광장 (Place des Vosges) 인데
주택가에 둘러싸인 광장으로 정사각형의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어 유럽의 도시 설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근데... 그냥 파리의 길거리를 볼 생각으로 센 강과 맞닿아 있는 마레지구의 남쪽으로 가는 바람에
보주 광장을 비롯한 마레지구의 핫플레이스 쪽과는 빠이
따라서... 앞으로의 사진은 그냥 흔한 파리의 길거리 사진이다.
흔한 길거리 카페
흔한 가로수
이건 흔하...지 않은 중세시대 성 느낌의 건물
어?
무슨 문화재인가 싶었는데
이 곳의 이름은 상스 저택 (Hôtel de Sens)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파리에 남아 있는 3개의 중세시대 개인 저택 중 하나이며, 1475년에서 1507년 사이에 건설되었다고 한다. 500년이 넘게 서 있는 건물로 마레지구 남쪽에서는 가장 유명한 건물이라고 볼 수 있겠다.
현재는 포르네 도서관(Bibliothèque Forney) 이라는 이름의 도서관이 들어와 있다.
이 도서관은 순수 미술, 장식, 응용 미술 등의 23만여 권에 이르는 예술 관련 서적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흔한 놀이터
흔한 사람 없는 길거리
파리의 공공 자전거 벨리브(velib)
2007년에 시작한 자동 대여 시스템은 이후 공공 자전거를 도입하려는 도시의 모범사례가 되었다고 한다.
하루 이용요금은 1.7유로. 30분 단위로 빌릴 수 있고 30분이 지나면 추가요금이 붙는다.
앞서 타봤던 런던과 비슷한데, 벨리브는 보증금 제도가 있어서 대여시에 150유로를 내야 한다.
물론 하루 지나면 돌려준다.
시청 도착
오늘도 런던올림픽 중계는 계속된다.
또 온 퐁피두 센터
처음 왔을 때는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았는데
평일이라 사람이 별로 없다.
얼마 안 되지만 짧은 관광을 마치고 근처 카페에서 와이파이 잡으면서 시간 좀 때우다가 나왔다.
짐을 미리 가지고 나왔다면 모르겠는데 숙소에 보관해 놓고 있으니 다시 숙소에 갔다 와야 한다.
그렇게 왔다갔다 하는데만 왕복 1시간... 정말 멀다.
그리고 드디어
짧지는 않았던 프랑스 파리와의 작별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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