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좋지 않은 아침이었다.



안내문에 따르면... 7시에 테르미니 역 앞에 가면 여행사 직원이 나와서 데려다준다는... 그런 말인데


7시 넘어서 일어나고 말았다.


같은 날 바티칸 간다던 사람들은 이미 떠나 버렸고, 겨우겨우 준비해서 테르미니 역 앞에 도착했을 때가 7시 40분이었다. 으...ㅏㅏ



지하철 운행중단 구간이라 버스를 타고 가야 했는데 사람도 완전 많고, 지각해서 투어 제대로 못하게 될까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테르미니 역에 오면 버스만 타고 알아서 따라가면 될텐데, 늦어지다 보니 버스에서 내려서 지하철을 또 타고 한 정거장 뒤인 치프로(Cipro) 역까지 가야 된다고...


도착하면 이미 다 들어가고 없을... -_- 그런 광경을 상상하며 뛰어갔다.



그렇게 바티칸 입구에 도착한 게 8시 20분. 줄은 이미 길게 늘어서 있다.

줄 거의 맨 앞에서 예약했던 여행사 직원을 봤는데, 얘기를 하니까 저 뒤쪽으로 가라고 해서 갔다.


그렇게 줄을 따라 쭉 가고 -_-

나중에 알고 보니 줄이 늘어선 쪽이 버스 종점이던 오타비아노(Ottaviano) 역 방향이었다. 괜히 안내문에 낚여 시간만 더 날려 버렸다.



뒤로 쭉 가서 겨우 투어 일행과 합류했다. 이미 다들 모여서 준비하고 있었고 -_-


늦게 온 벌을 받아야지. 계속 줄을 서야 했다.



줄을 서고 다시 입구로 돌아오기까지 30분 넘게 걸렸다.



표를 끊고 위로 올라왔다. 이걸로 '바티칸' 이라는 나라에 입국한 게 된다.


...


본격적으로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잠깐 휴식 시간을 가졌는데 입구 쪽에 있던 카페를 들어갔다.

더운 날씨에 자연스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게 되는데.... 여기서는 '아메리카노' 라는 걸 팔지 않는다.

애초에 '아메리카노' 라는 단어가 미국 사람들이 커피에 물 타서 마시는 걸 본 이탈리아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라고는 하는데 -_-;


그래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위해서는 일단 에스프레소 커피를 시킨 뒤, 거기다가 찬물을 넣어 달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카페에 가서 그렇게 얘기를 했더니... 컵에 커피를 넣고는 수돗물을 틀어서 넣어줬다.


그 광경을 보던 사람들 모두 경악했지만... 이거라도 마셔야지 뭐. 되게 찝찝하다.



찝찝했던 휴식을 끝내고, 피나코테카 (Pinacoteca 미술관) 으로 들어간다.



바티칸의 미술관이다 보니 안에 있는 그림들은 모두 종교적인 그림들이다. 특히 이런 식으로 3개로 나뉜 그림들이 많이 있는데, 교회 제단에 놓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한국말로는 '세 폭 제단화' 라고 불리는 듯..


위에 있는 그림은 스테파네스키 트립틱 (Stefaneschi Triptych)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1330년경에 만들어졌고, 당시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있던 것이라고.



라파엘로(Raffaelo)가 그린 3가지 그림들


뭐 이것 말고도 수많은 그림들이 있었고 수많은 설명을 들었으나.... 아 그렇구나... 하고 휙휙 넘어갔다 ㅜㅜ




간단히 관람을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이곳은 코르틸레 델레 피냐 (Cortile della Pigna) 라고 부르는 정원인데, 피냐(pigna)는 '솔방울' 이라는 뜻으로, 바티칸을 상징한다고 한다.

사진엔 안 보이지만 저 뒤쪽 건물에 솔방울 조각이 있다.



정원 중심에 있는 현대적인 조각은 '구 안의 구' (Sphere within Sphere) 라는, 지구를 상징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여기 말고도 비슷한 조각들이 전세계 여기저기에 있다고..



점심시간. 바티칸 내의 식당은 맛이 없다고 하던데 어차피 선택지가 여기밖에 없다.


그냥 뭐 대형마트 푸드코트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될듯



관광지 가면 흔히 보이는 이런저런 책들



박물관 상점 한켠에 있는 우체국이다. 엽서를 집에 보내기 위한 관광객들로 항상 바글바글하다. 어찌보면 이런 것도 하나의 관광상품이다.


어차피 집에 갈 날이 얼마 남지도 않았으니 뭐 딱히 글 쓰지는 않고 그냥 집 주소 적어서 엽서만 보냈다. 그냥 '바티칸에서 보낸거' 인증하려고..



이제 다음 방으로~~



여기는 팔각 정원 (Cortile Ottagonale)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조각상들을 팔각형 공간 안에 전시해 놓았다.



여기 있는 조각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이것, '라오콘 군상'

신화에 나오는 라오콘이 두 아들과 함께 뱀에 물려 죽어가는 모습을 조각했다.


1506년에 발견된 이 조각은 처음 발견되었을 때는 사진 왼족에 있는 굽은 팔 부분이 없던 상태였다. 완전한 조각이 아니다보니 복원한 원래 모습을 알고 싶었는데, 잘려진 한쪽 팔이 어떻게 되어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이렇게 팔을 쭉 뻗은 모습으로 복원이 되었다.


미켈란젤로는 이 조각을 보고 팔이 굽어있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의 의견에 묻히고 말았다.


결국 20세기에 와서 잘려진 팔 한쪽이 발견되었는데... 실제로 팔이 굽어있었다고... 그렇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안으로 들어간다. 무서운? 얼굴이 맞아주는 이 곳은 뮤즈의 방 (Sala delle Muse)



벨베데레의 토르소 (Torso Belvedere)


토르소(torso) 는 몸통이란 뜻으로, 발견되었을 때 이렇게 몸통만 남아 있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


미켈란젤로가 극찬했다는 작품으로, 복원하려고 했지만 미켈란젤로가 거절했다고 한다.


뭐 얼굴이 없으니 누군지도 모르고... 헤라클레스라고 추측한다고는 하지만 만든 사람만이 알 것이다.



다음은 로톤다 (원형) 의 방


중앙에 있는 것은 네로 황제가 쓰던 욕조라고 한다.



2층으로 올라간다




촛대의 방 (Galleria dei Candelabri)



아라치의 방 (Galleria degli Arazzi)


직물로 된 태피스트리(tapestry) 그림이 벽에 쭉 걸려 있는데, 작품 훼손을 막기 위해 조명을 줄여서 어둑어둑하다.



지도의 방


이탈리아 곳곳의 지도가 걸려있는 방이다.



Sala Dell'Immacolata Concezione


'임마콜라타 콘체치오네' 는 무염시태(無染始胎), '성모 마리아의 원죄 없는 잉태' 를 말한다고 하는데... 음..



이제 라파엘로의 방 (Stanze di Raffaello) 으로 이동한다. 방이 하나가 아니라 4개가 있는데, 모두 라파엘로가 그린 그림들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넓은 콘스탄티누스의 방 (Sala di Costantino)


라파엘로가 꾸민 마지막 방인데 결국 완성을 하지는 못했고, 사후 제자들에 의해 완성된다.



여기서 가장 유명한 그림일, 아테네 학당

라파엘로의 방들 중 가장 먼저 꾸민 서명의 방 (Stanza della Segnatura) 에 있다.


고대의 철학자들이 총출동한 그림이다. 다만 얼굴은 라파엘로 주변의 사람들을 본따 그렸다고... 본인의 얼굴을 그린 것도 있다고 한다.



라파엘로의 방도 끝나고...


여기를 지나면 바티칸의 하이라이트인 시스티나 경당 (Cappella Sistina) 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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