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꿈만 같았던" 한 달 간의 유럽 여행.

 

처음 유럽 땅에 떨어졌을 때에는 한국에서 볼 수 없던 풍경들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먼 곳에 따로 떨어져 있다라는 불안감. 이 곳에서 혼자서 한 달 동안이나 버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가득했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그 건물들, 그 풍경들을 보며 감탄했고, 내가 정말 유럽에 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현지에서 먹은 맛있는 음식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

분명 혼자 갔지만 거기서는 혼자가 아니었다.

 

 

물론...

 

개인 공간 하나 없는 도미토리 룸

매일같이 먹던 맥도날드

길을 잃고 헤메다가 결국 가고 싶었던 곳도 못 가고

소매치기 때문에 곤두섰던 신경들, 계속 부여잡은 가방

숙소에서 물건도 잃어버리고

말을 알아듣지 못해서 멘붕하고

기차 예약 못해서 계획한 일정 다 망가지고

술마시고 뻗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것이 다 여행의 경험이다.

 

 

한국에 돌아온 그 다음날부터 유럽여행의 기억은 계속 맴돌았고

여행의 기분을 느끼고, 경험하고 싶었다.

하지만 한 달 동안의 여행으로 남아 있는 돈은 없었다.

애초에 다시는 이렇게 길게 돌아다닐 일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깐.

 

그렇게 2년이 흘렀다.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취업하게 되면 "이제 정말 시간이 없겠다" 생각했다.

2년 동안 돈도 좀 모아 뒀겠다, 다시는 없을 것 같던 "여행의 경험" 이 꿈틀대고 있었다.

 

그렇게 유럽 왕복 항공권을 예매했다.

대한항공 유럽 직항. 왕복 110만원.

 

두 번째 유럽 여행이니만큼, 몇 가지 생각했던 계획이 있었다.

 

1) 이전의 기억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독일이었다.

유럽여행에서 느꼈던 생각보다 낙후된 환경과 불안한 치안. 그나마 독일에서는 그런 걱정이 덜해서 좀 더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누구는 독일에 뭐가 볼 게 있냐고 했지만, 땅덩이도 넓은데 볼 게 많겠지 싶었다.

 

2) 가장 아쉬웠던 여행지는, 파리.

소매치기에 곤두선 신경. 말도 잘 안통하고, 길도 헤메고.

한국에 돌아와서 여행기를 쓰다 보니 파리에서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아서 많이 아쉬웠다. 괜히 사람들이 오래 있으려는게 아니었다.

 

3) 못 가본 곳이 많다.

유럽에서 한 달을 돌아다녔지만, 그래도 못가본 곳이 많다.

(가장 아쉬웠던 파리를 제외하면), 그래도 한 번 가본 곳들은 제외하고, 못 가본 곳들을 가봐야겠다.

 

4) 축구

뭐 축구를 잘 챙겨보지는 않지만, 축구 하면 유럽, 유럽 하면 축구다.

유럽에서 뛰는 축구선수 중에는 손흥민이 제일 유명하다. 손흥민 한 번 봐야 하지 않을까?

(손흥민은 2015년 여름에 영국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아직까지는 독일 레버쿠젠에 있을 때의 이야기.)

 

5) 돈 좀 쓰자.

여행 가서 작은 돈도 아껴야 된다는 생각에 잘 쓰지 못했던 기억들, 그래서 놓친 것들이 많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다시 가기 힘든 곳인데, 수백만원 들여서 가는 여행인데, 돈은 쓸 수 있을 때 써야 하지 않을까.

 

6) 숙소 예약, 기차 예약

첫 번째 여행에서는 한국을 떠나기 전에 기차표 다 사고 숙소 다 예약하고 그랬다.

뭐 마지막 여행지 로마는 나중에 예약하긴 했고, 중간에 계획이 바뀌면서 숙소 취소하고 다시 예약하고 하긴 했지만.

굳이 일정에 얽메일 필요 없다. 한여름 같은 성수기도 아닌데. 계획은 그때그때 정하자.

 

7) 유레일 패스

유럽을 돌아다니는 데는 유레일 패스가 많은 도움이 된다. 가격이 싼 유레일 유스 패스는 만 25세까지. 시간이 지나면 유스 패스를 쓸 수 없다.

지난번엔 15일 연속 패스를 사서 이곳저곳 돌아다녔지만, 기차 시간이 맞지 않아서 비행기를 타고 다니기도 했고, 그렇게 효율적으로 쓰지는 못한 것 같다.

이번엔 하루 단위로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셀렉트 패스로. 딱히 이동 계획은 없지만 상황 봐서 쓸 수 있을 거다.

 

8) 그래도 첫 여행의 경험을 간직하고 싶다.

유럽에서 즐거웠던 것 중 하나는 모르는 사람과의 동행, 그리고 어울림이었다.

이를 위한 1차 조건은 "그래도" 공용 숙소다. 불편하지만, 어울림의 경험을 다시 느끼고 싶다.

 

 

그리고 정해진 것.

 

1) 겨울 여행 (2015년 1월이다)

2) 프랑크푸르트 IN, 프라하 OUT

3) 여행 기간은 3주

4) 프랑크푸르트 숙소 3박을 예약했다. 이후의 계획은 아무것도 없다.

확실한 건, 중간에 파리를 들린다는 것, 마지막에 프라하를 간다는 것 뿐이다.

(아는 사람이 베를린에 있게 되어 중간에 만나기로 했다. 정해진 일정은 프랑크푸르트 -> 파리 -> 베를린 -> 프라하.)

 

이번의 일정

이 날은 딱히 정해진 목적지가 없었다.

그냥 생각나는 곳으로 가보기로 결심

 

다음 목적지는

코시엔역 (甲子園駅)

야구장으로 유명한 코시엔에 들렸다. 보통은 외래어 표기법대로 "고시엔" 이라고 쓰지만...

공사중이라 좀 어수선했다. 역 개량 공사를 하는데, 2015년에 완공되었다.
역을 나오면 바로 고시엔 야구장이 보인다.
야구장에 걸려있는 일정표

고시엔 야구장은 오사카 지역 최고의 인기 구단 '한신 타이거스'의 홈 구장이다.

이 때는 시즌이 끝나고 클라이맥스 시리즈 (한국으로 따지면 포스트시즌) 을 앞두고 있던 시기.

2013년 한신은 3년만에 리그 2위로 가을야구를 하게 됐지만, 퍼스트 스테이지 (준플레이오프) 에서 2연패로 탈락하고 만다.

그래도 기세를 몰아서 2014년에 일본시리즈까지 진출하지만...

 

고시엔 역사관. 돈 내고 들어가는 박물관이다. 들어가지는 않았다.
한신 타이거스 기념품 판매점
밖에는 한신 선수들의 사진이 쭉 붙어 있다
옆에 있는 이 건물은 한신 클럽하우스. 실내야구장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빠르게 구경을 마치고 다시 전철을 탔다.

텐노지역 (天王寺駅)

다음에 도착한 텐노지(天王寺) 는 오사카의 부도심 지역이다. 고시엔 하나 보려고 오사카 동쪽 -> 서쪽 -> 동쪽으로 왔다갔다했다.

역 규모도 큰데, 승강장이 모두 18개로 오사카의 대표역인 오사카역보다도 더 많다고 한다.

텐노지역은 규모가 꽤 큰 역이다. 텐노지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도 많아서 이렇게 끝이 막힌 승강장도 있다.
텐노지역에 있는 아베노하루카스

텐노지역에 온 이유 중 하나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아베노하루카스'를 보기 위해서다.

사실 이 건물은 2014년에 완공되었기 때문에, 2013년 당시에는 임시 오픈 상태였다.

도쿄에 있는 스카이트리, 도쿄타워 다음으로 높은 곳에 있는 전망대가 있다고 하는데, 나중에 와볼 일이 생기겠지..

부도심이니만큼 유동 인구가 많다. 교차로를 감싸고 있는 육교도 볼거리.
근처 쇼핑몰에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아이돌 그룹 같은 느낌인데 누군지는 모르겠다.
아베노 큐즈 몰. 대형 쇼핑몰이다.
아베노 큐즈 몰의 바깥 모습
JR 텐노지역
북쪽으로 길을 나선다
텐노지 공원. 동물원이 있는 곳이다
여기는 텐노지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신이마미야역 (新今宮駅)
스파월드 건물 

신이마미야역 근처는 치안이 별로 좋지 않고 저가 숙소가 몰려 있는 곳이라고 한다.

조금 걱정되긴 했는데... 뭐 좀 썰렁할 뿐.

스파월드는 찜질방 + 워터파크 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좀 썰렁하긴 하다...
통천각 (通天閣)

북쪽으로 가면 큰 탑과 함께 갑자기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거리가 나타난다. 여기가 오사카의 랜드마크, 통천각이 있는 곳이다.

일본 느낌 물씬 나는 번화가
통천각 입구. 들어가지는 않았다.
유명한 꼬치 가게인 쿠시카츠다루마. 항상 줄을 서는 곳이다
통천각 북쪽에 있는 신세카이 (新世界). 이름은 신세계인데 오래 돼서 낡은 느낌
신세카이를 지나면 오타쿠 동네인 덴덴타운이 나온다. 여기서 더 올라가면 난바
그렇게... 난바까지 갔다.

이제는 오사카를 떠나야 할 시간.

공항에 갈 때는 라피트 열차를 타고 간다.

라피트 승차권. 직통열차로 편하게 모셔다 준다.
공항 도착
피치항공을 탔기 때문에 2터미널로 가야 된다
버스를 타고
바이바이

 

이렇게 3번째 해외 여행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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